혈압은 낮춰야 할 숫자가 아니다?
새롭게 바뀐 고혈압 기준과 관리법 총정리
“혈압이 조금 높으시네요. 앞으로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셔야겠습니다.”
건강검진 결과를 받은 직장인 이 모 씨(46세)는 '경계성 고혈압'이라는 판정을 받고 당황했다. 특별히 짜게 먹지도 않고 운동도 틈틈이 하고 있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더 혼란스러운 건, 예전엔 140 이상이면 고혈압이라 들었는데 지금은 130만 넘어도 위험하다는 얘기였다.
최근 들어 고혈압의 진단 기준과 관리 방법에 대해 혼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미국심장협회(AHA)와 유럽심장학회(ESC) 등이 발표한 새로운 가이드라인, 국내 고혈압학회의 권고안 등이 혼재되면서, 정확한 기준과 관리법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고혈압, 정말 어디부터가 위험한가?
전통적으로는 수축기 혈압 140mmHg 이상, 이완기 혈압 90mmHg 이상일 경우 고혈압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2017년 미국심장협회는 새로운 진단 기준을 발표하며 경계선을 낮췄다.
- 정상혈압: 120/80mmHg 이하
- Elevated (경계): 120–129/<80mmHg
- 1기 고혈압: 130–139/80–89mmHg
- 2기 고혈압: 140+/90+mmHg
국내에서는 여전히 140/90mmHg 기준을 사용하고 있지만,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130~139 사이의 혈압 수치에서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1.8배 이상 높아진다고 분석되었다. 결국, 수치는 낮을수록 좋은 경향을 보인다.
고혈압은 무증상으로 찾아온다
고혈압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서서히 심장, 뇌, 신장 등의 장기에 부담을 준다. 초기에는 두통, 어지럼증, 얼굴 붉어짐 등의 경미한 증상조차 없기 때문에 대부분 건강검진을 통해서야 발견된다.
심뇌혈관질환은 한국인의 사망 원인 2위이며, 그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가 고혈압이다. 특히 40대 이후 중년층에서는 조기 발견과 관리가 생명을 좌우할 수 있다.
고혈압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은?
- 가족력이 있는 경우
- 짠 음식, 가공식품 섭취가 많은 경우
- 운동 부족 및 복부비만
- 스트레스가 많은 직군
- 흡연 또는 잦은 음주 습관
특히 사무직 남성, 폐경 이후 여성에게서 고혈압 발병률이 높다. 체중이 정상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되며, 체지방률과 허리둘레도 함께 관리해야 한다.
약은 언제부터 먹어야 하나?
고혈압이라고 바로 약을 먹는 것은 아니다. 보통 1기 고혈압(130~139/80~89)의 경우, 3~6개월간 식단과 운동을 통해 수치를 낮추는 시도를 먼저 한다. 그러나 당뇨, 만성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초기에 약물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2기 고혈압 이상이거나, 이미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라면, 의사의 판단 하에 스타틴 또는 ACE 억제제 계열의 약물이 처방된다. 중요한 건 자의로 약을 끊거나 복용을 미루지 않는 것이다.
혈압 낮추는 생활습관 6가지
- 나트륨 줄이기: 하루 2000mg 이하 섭취 권장. 간장, 김치, 국물류 조심.
- 가공식품 피하기: 햄, 소시지, 라면 등에는 나트륨과 포화지방이 과다.
- 매일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 걷기, 자전거, 수영 등이 효과적.
- 체중 감량: 5kg만 줄여도 혈압이 평균 5mmHg 이상 감소.
- 금연 및 절주: 흡연은 혈관 수축, 음주는 혈압 상승 유발.
- 칼륨 섭취 늘리기: 바나나, 고구마, 시금치 등은 혈압 조절에 긍정적.
집에서 혈압 측정하는 법
고혈압을 진단받은 경우, 병원 방문 외에도 가정용 혈압계로 아침·저녁 꾸준히 혈압을 체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 측정 전 5분간 안정
- 커피, 운동 후 30분은 피할 것
- 팔꿈치 높이에 기기 위치, 올바른 착용
- 3일 이상 평균값 기록 후 병원 상담
전문의가 권하는 고혈압 관리법
대한고혈압학회 김OO 교수는 “혈압은 높이기보다 낮추는 게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무조건 낮출수록 좋은 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지나친 저혈압 역시 어지럼증, 실신, 피로감을 유발하기 때문.
정상 혈압 유지의 핵심은 일관된 생활습관과 정기적 체크이며,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요가, 명상, 걷기 같은 활동이 혈압 안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도 있다.
결론: 숫자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
혈압은 수치로 진단되지만, 결국 우리 삶의 방식이 반영되는 지표다. 한두 번의 검사 결과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꾸준한 관심과 생활 속 관리가 필요하다.
고혈압은 조기 발견만 해도 치료비, 약물 복용 기간, 합병증 발생 확률 모두 줄일 수 있다. 정기적인 측정, 올바른 식습관, 충분한 수면과 운동이 건강한 혈압을 만든다. 건강은 결코 숫자 하나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습관이 당신의 수치를 바꾼다.
자료 출처: 대한고혈압학회, 국민건강보험공단, 질병관리청
'F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 수치 높다고 바로 큰 병일까? ALT·AST 수치가 말해주는 간 건강 신호 총정리 (0) | 2025.05.10 |
---|---|
혈당은 정상이지만 안심은 금물? 숨어 있는 당뇨 전단계 '공복혈당장애' 관리법 총정리 (0) | 2025.05.10 |
현대인 3명 중 1명, 고지혈증 위험 노출. 조용한 침묵의 질병 '고지혈증' 막는 생활수칙 7가지 (0) | 2025.05.10 |
지방간 관리법 A to Z (0) | 2025.05.09 |
불면증을 부르는 야식 습관 – 피해야 할 음식과 대안은? (0) | 2025.05.07 |